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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을 뽑는 다는 것, 그리고 주역점

점을 치러 가면서 "아무거나 봐주세요"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그 순간 점은 이미 반쯤 빗나간다. 점이란 질문을 먹고 자라는 물건이다. 질문이 흐리면 답도 흐리다. 그런데 질문만 잘 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 어떤 방법으로 물을 것인가, 이것도 중요하다.

지금 서비스로 준비하고 있는 점법은 세 가지다. 첨 뽑기 운세, 주역점, 초씨역림(焦氏易林). 셋 다 질문을 던지고 답을 받는다는 점에서는 같지만,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 병원으로 치면 내과, 외과, 종합검진쯤 된다.

첨 뽑기는 가장 단순하다. 보통은 도교 사원에 가서 첨통(籤筒)을 흔들어 대나무 막대를 하나 뽑는 것, 그게 첨이다. 관제묘(關帝廟: 이렇게 묘라고 씌여진 곳은 도교 사원인 경우가 많다)에서 유래한 관제영첨(關帝靈籤)이 대표적이고, 관음첨(觀音籤)도 널리 쓰인다. 번호가 적힌 막대가 나오면, 그 번호에 해당하는 시구(詩句)를 읽는다. 네 줄짜리 한시가 답이다.

첨의 장점은 빠르고 명쾌하다는 것이다. 오늘 이 일을 해도 되는가, 이 사람을 믿어도 되는가, 이번 시험은 어떤가. 이런 단순한 질문에 강하다. 시구 자체가 길흉을 품고 있으니까, 해석에 전문 지식이 크게 필요하지 않다. 대길(大吉)이면 좋고, 하하첨(下下籤)이면 멈추면 된다.

단점도 명확하다. 깊이가 얕다. "왜 안 되는가"를 알려주지 않는다. 좋다, 나쁘다, 기다려라, 조심해라. 이 정도 수준의 답이다. 복잡한 상황을 놓고 "어떤 길로 가야 하는가"를 물으면 첨은 좀 답답해한다.
사실 문구가 나오는데, 그 문구 해석이 어려웠다. 그냥 어떤 경구가 한 줄 나와서, 그 경구를 해석할 실력이 있어야 한다.

첨을 뽑을 때는 한 가지만 물어야 한다. "사업도 보고 건강도 보고 연애도 보고"는 안 된다. 한 번에 하나. 그리고 같은 질문을 두 번 뽑으면 안 된다. 첫 번째 답이 마음에 안 든다고 다시 뽑는 건 신(神)을 시험하는 것이다. 답이 나왔으면 그게 답이다.

주역점은 다르다. 주역(周易)은 64괘(卦)의 체계인데, 각 괘에는 괘사(卦辭)와 효사(爻辭)가 있다. 첨이 "좋다, 나쁘다"로 끝나는 반면, 주역점은 "왜 그런가, 어떻게 흘러갈 것인가"까지 읽어낸다. 단답형이 아니라 서술형이다.

주역점을 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시초법(揲蓍法)이다. 옛날 방식이다. 시초(蓍草), 그러니까 톱풀 줄기 50개를 가지고 복잡한 절차를 거쳐 한 효(爻)를 얻는다. 이것을 여섯 번 반복해야 하나의 괘가 완성된다. 옛사람들은 이 과정을 사영십팔변(四營十八變)이라 불렀다. 한 괘를 얻는 데 열여덟 번의 조작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시초법의 특징은 노양(老陽), 노음(老陰), 소양(少陽), 소음(少陰) 네 가지 결과가 나올 확률이 균등하지 않다는 것이다. 변효(變爻)가 나올 확률이 동전법보다 낮다. 이게 뭘 의미하느냐면, 시초법은 "변하지 않는 상태"에 더 무게를 둔다는 것이다. 안정적인 판단을 할 때 유리하다.

다른 하나는 동전법(金錢卦)이다. 동전 세 개를 던진다. 앞면과 뒷면의 조합으로 음효(陰爻)인지 양효(陽爻)인지, 변하는 효인지 변하지 않는 효인지를 정한다. 이것을 여섯 번 해서 하나의 괘를 만든다. 시초법보다 훨씬 간편하다.

동전법은 속도가 빠르고 절차가 단순해서 실용적이다. 실전에서 가장 많이 쓰인다. 한(漢)나라 때 경방(京房)이 정리한 이후로 천 년 넘게 살아남은 방법이다. 다만 변효가 나올 확률이 시초법과 다르기 때문에, 엄밀히 말하면 두 방법이 완전히 같은 점은 아니다.

주역점을 칠 때는 질문의 구체성이 생명이다. "내 운이 어떻습니까?"는 좋은 질문이 아니다. "올해 안에 이 사업을 시작해도 되겠습니까?", "이 계약을 진행하는 것이 이로운가?"처럼, 시간과 대상과 행동이 특정되어야 한다. 주역은 구체적인 질문에 구체적인 답을 준다. 막연한 질문에는 막연한 괘가 나온다.

그리고 하나 더. 주역점은 한 번 치면 그 답을 존중해야 한다. 옛사람의 말 중에 이런 게 있다.

初筮告,再三瀆,瀆則不告

처음 점치면 알려주지만, 두세 번 거듭하면 신성을 더럽히는 것이니 알려주지 않는다. 이건 주역 몽괘(蒙卦)의 괘사다. 점에 대한 태도를 주역 스스로가 말하고 있는 것이다.

초씨역림(焦氏易林)은 좀 특별하다. 한(漢)나라 때 초연수(焦延壽)라는 사람이 만들었다. 주역의 64괘를 기반으로 하되, 본괘(本卦)에서 지괘(之卦)로의 변화까지 모두 조합한 것이다. 64 곱하기 64, 총 4096가지 경우의 수가 나온다. 각각에 네 글자짜리 시구(詩句)가 붙어 있다.

주역점이 괘사와 효사를 읽고 해석자가 의미를 풀어내야 한다면, 초씨역림은 이미 완성된 시구가 직접 답을 준다. 해석의 여지가 좁은 대신, 답이 훨씬 구체적이다. 주역이 에세이라면 초씨역림은 단문 메시지다.

사용법도 독특하다. 괘를 하나 얻은 다음, 그날의 값일괘(值日卦)와 조합한다. 값일괘란 24절기(節氣)를 기준으로 매일 돌아가는 기준 괘다. 내가 뽑은 괘가 본괘가 되고, 값일괘가 지괘가 되어, 두 괘의 교차점에 해당하는 시구를 읽는다. 그러니까 같은 괘를 뽑더라도 오늘 뽑은 것과 내일 뽑은 것의 답이 다르다. 시간의 기운이 반영되는 것이다.

초씨역림은 어떤 질문에 강한가.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일에 강하다. "이번 거래는 성사되는가", "이 사람과 동업해도 되는가", "이 시기에 이사하면 어떤가". 이런 현실적인 질문에 네 글자로 딱 잘라서 답한다. 주역처럼 긴 사유를 요구하지 않으니, 빠른 판단이 필요할 때 쓸 만하다.

다만 초씨역림의 시구는 상당히 함축적이다. 네 글자 안에 길흉화복이 압축되어 있으니, 글자 뜻만 보면 오해할 수 있다. 여기서는 고전 한문에 대한 감각이 좀 필요하다.

그러면 정리해보자. 어떤 상황에서 어떤 점법을 쓸 것인가.

빠르게 길흉만 알고 싶을 때, 복잡하게 생각하기 싫을 때는 첨 뽑기가 낫다. 오늘 이거 해도 되나, 안 되나. 그 수준이면 첨이면 충분하다.

상황이 복잡하고, 왜 그런지, 어떻게 흘러갈지까지 알고 싶을 때는 주역점이다. 시초법은 전통을 중시하는 사람에게, 동전법은 실용을 추구하는 사람에게 맞다. 둘 다 괘를 얻는 과정이 다를 뿐, 주역이라는 같은 텍스트를 읽는다.

특정한 일의 성패를 짧고 직접적으로 알고 싶을 때는 초씨역림이 적합하다. 4096가지 시구가 이미 답을 품고 있으니, 질문이 구체적일수록 답도 날카로워진다.

세 가지 모두 공통되는 원칙이 하나 있다. 질문은 반드시 하나여야 한다는 것. 그리고 마음이 고요해야 한다는 것. 점은 신기한 마술이 아니다. 질문자의 기(氣)와 그 순간의 시공간이 만나서 하나의 상(象)을 이루는 것이다. 마음이 어지러우면 상도 어지럽다.

어떤 방법을 쓰든, 결국 점은 질문하는 사람의 것이다. 좋은 질문을 던질 줄 아는 사람이 좋은 답을 받는다. 이건 점만 그런 게 아니라 세상일이 다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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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答 4
  • 제비·

    나의 기와 그 순간의 시공간이 만나 만드는 하나의 상(象)을 보여주셔서 감사합니다. 몸과 마음으로 느껴보도록 하겠습니다.

  • 키네시스·

    감사합니다

  • 염화소녀_(구)남궁현자·

    질문의 중요성! 감사합니다🙏

  • 익명.·

    질문형식이 중요하다는 것을 요번에 여러 설명글들을 읽으면서 처음 알았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