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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사주, 다른 삶 (1) — 복은 빨리 쓰면 빨리 떨어진다

사주에 있어서 가장 쟁의성 논의가 있는데
4동 팔자 (생년월일시가 완전히 같은 사주)가 다른 운명을 사는 것을 어떻게 해석하냐?
이것이 사주는 없다. 있다 논의가 된다.

청나라 기효람(紀曉嵐, 1724-1805)이 쓴 열미초당필기(閱微草堂筆記)에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기효람의 집안에서 아이가 태어났다. 같은 시각,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하인 유운붕(劉雲鵬)의 집에서도 아이가 태어났다. 두 방의 창문이 서로 마주보고 있었고, 두 아이는 분초 차이도 없이 동시에 세상에 나왔다. 사주(四柱)가 완전히 같다.

같은 해, 같은 달, 같은 날, 같은 시. 네 기둥이 전부 같고, 태어난 곳도 벽 하나 차이다. 그러면 인생도 같아야 한다. 그런데 결과는 정반대였다.

부잣집 도련님은 비단옷을 입고, 좋은 것만 먹고, 부족한 것 없이 자랐다. 그리고 열여섯에 죽었다. 하인의 아이는 거친 옷에 거친 밥을 먹으며 자랐다. 오래 살았다.

기효람은 이 일을 두고 자기 나름의 해석을 내놓았다. 두 아이의 사주에는 식신(食神)이 손상되는 구조가 있었다는 것이다. 식신은 복과 수명을 관장한다. 식신이 약한 사주에서 복을 과하게 누리면 수명이 줄어든다. 반대로 복을 아껴 쓰면 수명이 늘어난다.

도련님은 태어나자마자 최상의 환경에서 모든 것을 다 누렸다. 복의 총량이 정해져 있다면, 빨리 쓴 만큼 빨리 떨어진 것이다. 하인의 아이는 거친 환경 덕에 복의 소모가 느렸다. 같은 그릇에 같은 양의 물이 담겨 있었는데, 한 쪽은 넓게 엎어서 금방 마르고, 한 쪽은 좁게 흘러서 오래 간 셈이다.

이 이야기를 읽으면 운명론에 빠지기 쉽다. 좋은 환경에서 태어나면 오히려 해로운가. 그건 아니다. 기효람이 말하려 했던 건 환경의 좋고 나쁨이 아니라 소모의 속도다.

사주가 감당할 수 있는 복의 양은 격국(格局)이 정한다. 격국의 높이가 충분한 사주라면 좋은 환경에서 태어나도 복이 모자라지 않는다. 그릇이 크면 물을 많이 부어도 넘치지 않는다. 문제는 격국의 높이가 낮은데 환경이 지나치게 좋을 때다. 감당 못 할 복은 복이 아니다.

여기서 하나 더 생각할 것이 있다. 식신이 손상된 구조는 두 아이에게 동일했다. 사주가 같으니 당연하다. 하지만 그 구조가 현실에서 드러나는 방식은 달랐다. 한 쪽은 수명으로 나타났고, 다른 한 쪽은 가난으로 나타났다. 같은 약점이 다른 형태로 발현된 것이다.

명리학에서 이것을 설명하는 틀이 있다. 사주의 약점은 반드시 어딘가에서 드러나는데, 어디에서 드러나는지는 사주 바깥의 조건이 정한다는 것이다. 식신이 약한 사주에서 태어난 환경이 풍족하면 건강이나 수명 쪽에서 빠지고, 태어난 환경이 빈곤하면 물질 쪽에서 빠진다. 빠지는 총량은 비슷하되, 빠지는 자리가 다르다.

옛사람들은 이것을 두고 천시(天時)와 지리(地利)와 인화(人和)라고 했다. 사주가 천시라면, 태어난 곳과 집안은 지리와 인화다. 천시가 같아도 지리와 인화가 다르면 같은 기운이 다른 곳으로 흐른다.

기효람이 이 일을 기록한 것은 사주의 한계를 말하려는 것이 아니었다. 그는 오히려 사주의 정확함을 말하고 있었다. 두 아이의 사주가 가리킨 방향은 같았다. 식신이 손상되어 복이 온전하지 못하다. 다만 그 '온전하지 못함'이 어떤 형태로 드러나느냐는 사주만으로 알 수 없었다. 수명으로 갈지, 재물로 갈지, 건강으로 갈지. 그 갈림길에 환경이 서 있었다.

그래서 같은 사주를 가진 두 사람의 삶이 다르다고 해서 사주가 틀린 것이 아니다. 사주가 그린 밑그림은 같았다. 다만 그 밑그림 위에 칠해진 색이 달랐을 뿐이다.

열미초당필기가 쓰인 것은 200년도 더 전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같은 사주를 가진 사람이 다른 삶을 사는 것은 변하지 않았고, 그 이유를 묻는 질문도 변하지 않았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답을 찾으려는 방식뿐이다. 기효람은 복의 소모 속도라는 말을 썼다. 요즘 사람이라면 자원 배분이라는 말을 쓸 것이다. 말이 다를 뿐 가리키는 곳은 같다.

당신과 같은 사주를 가진 사람이 세상 어딘가에 있다. 그 사람의 삶이 당신과 얼마나 겹치는지는, 아마 만나봐야 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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