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열심히 살수록 지칠까 — 왕쇠법 말고 격국법으로 사는 법
왜 이렇게 열심히 사는데 점점 더 지치기만 할까.
답은 의외로 단순하다. 지금 당신은 자기 인생을 왕쇠법(旺衰法)으로 채점하고 있다. 인생은 원래 격국법(格局法)으로 사는 것인데 말이지...
무슨 이야기를 할려는 거냐?
이 글 자유게시판에 쓰기에는 용어가 너무 많이 들어가서,
학습 글에 무료로 푼다.
사람들은 흔히 이상한 함정에 빠진다.
억지로 사람들과 어울리고, 억지로 리더십을 배우고, 억지로 진중한 사람이 되려 한다. 그런데 채울수록 더 텅 빈 느낌이다. 여기저기서 주워 온 부품으로 기계 한 대를 억지로 조립하는 기분. 매일이 피곤하다.
그렇게 살아야 잘 사는 것 같다.
이건 인생을 경영하는 게 아니다. 왕쇠법의 사고방식을 엉뚱한 데 가져다가, 자기 자신한테 끝없이 땜질을 하고 있는 것이다.
명리학의 자평법(子平法)에는 두 갈래의 큰 흐름이 있다. 왕쇠법과 격국법이다. (물론 조후법이라고 불리는 기수법도 있다.)
왕쇠법은 입문 단계의 공부다. 모든 것을 균형에 맞춘다. 일간(日干), 그러니까 사주에서 나 자신을 뜻하는 글자가 세면 덜어내는 기운을 반기고, 약하면 보태 주는 기운을 반긴다. 간단하고 실용적이다. 초보자가 빠르게 감을 잡기에 이만한 게 없다.
이 사고 방식이 초보에게 유리한게, 그런 방식으로 살라고, 세상이 가르치거든. 튀면, 모나면 정 맞는다고 하고, 약점을 보완하라고 하지
그런데, 그때부터 인생은 끝없는 빈칸 채우기가 된다.
내가 너무 내향적이라고 느끼면, 거울 앞에서 억지로 웃는 연습을 한다. 밥자리에서 없는 말을 지어낸다. 식상(食傷) 기운을 억지로 끌어내서 쓴다. 없는데 쓸려니까, 미치는 거지.
내가 너무 물렁하다고 느끼면, 심장이 벌렁거리는데도 책상을 내리치고 센 말을 뱉는다. 겁재(劫財)의 배짱을 억지로 어딘가에서 만들어 쓰니까, 개피곤한거다.
남들은 다들 튼튼하고 기운이 넘쳐 보인다. 그래서 나도 티타늄 합금 갑옷을 입어야 할 것만 같다.
손에는 늘 성적표가 들려 있다. 소통 능력 부족, 십 점 감점. 너무 예민함, 십 점 감점. 자기 관리 안 됨, 또 십 점 감점.
그렇게 모든 약점에 땜질을 하다 보면, 어느새 숨이 막힌다.
용한 의원은 약을 그렇게 쓰지 않는다.
인삼은 기운을 보하고 대황은 아래로 쏟아 낸다. 저마다 한쪽으로 치우친 성질이 있어서, 바로 그 치우침 덕에 좋은 약이 된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모난 데를 전부 깎아 내고 부족한 데를 전부 메우는 것은 성장이 아니다. 타고난 제 생김새를 스스로 도려내는 일에 가깝다.
옛사람이 이런 시를 남겼다.
骏马能历险,力田不如牛。
坚车能载重,渡河不如舟。
舍长以就短,智者难为谋。
준마는 험한 길을 잘 달리지만 밭을 가는 일은 소만 못하다. 튼튼한 수레는 무거운 짐을 잘 나르지만 강을 건너는 데는 배만 못하다. 장점을 버리고 단점에 매달리면, 아무리 똑똑한 사람도 뾰족한 수가 없다.
자기 단점만 노려보고 있으면, 몇 해 뒤에 문득 깨닫는다. 한때 나를 빛나게 해 주던 장점 위에 먼지가 두껍게 쌓여 있다는 것을.
이게 왕쇠식 인생의 가장 큰 함정이다. 어떤 것들은 애초에 고칠 필요가 없다. 그 병이야말로 당신 격국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왕쇠법이 입문이라면, 한 걸음 더 나아간 자리에 격국법이 있다.
격국법은 사주 전체의 기상을 본다. 정관격(正官格), 칠살격(七殺格), 식신격(食神格), 인수격(印綬格), 재격(財格). 격국마다 저마다의 성패 논리가 따로 있다.
격국법은 오행(五行)을 골고루 다 갖추라고, 모든 면에서 완벽하라고 요구하지 않는다. 격국법이 보는 것은 하나다. 타고난 기세를 따라가서 자기 특장점을 이루었는가.
맑은 식신생재(食神生財)의 짜임을 가진 사람이라면, 일간이 좀 약한들 무슨 상관인가. 식신이 재주를 뽑아내고 그 재주가 재물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가면, 표현하고 만들고 창작하는 세계에서 제 몫을 한다.
그런데 여기다 대고 왕쇠법을 들이밀어 좀 더 진중하고 묵직해져야지, 하며 인성(印星)과 비겁(比劫)을 얹으면, 팔팔하던 식신이 답답하게 굳어 버린다. 격이 깨지고, 오히려 평범해진다.
종재격(從財格)도 그렇다. 사주에 재성(財星)이 가득하고 일간은 기댈 데가 없다. 왕쇠법으로 보면 이 사람 너무 약하네, 크게 보충해야겠다, 소리가 절로 나온다.
하지만 격국법으로 보면 답이 다르다. 재성의 기세를 순순히 따라가면 그대로 부귀의 자리다. 이런 사람은 애초에 제 힘으로 짐을 짊어지는 사람이 아니다. 자원을 빌리고, 사람을 빌리고, 시대의 물결에 올라타서 간다.
이런 사람더러 이 악물고 스스로 힘을 키워 몸을 보하라 하는 것은, 물고기더러 나무에 오르라는 소리다. 안 지치는 게 이상하다.
사람마다 타고난 격국의 논리가 이렇게 다르다.
어떤 사람은 태생이 칠살격이다. 뼛속에 담략과 반골 기질이 있다. 경쟁하고 도전하고 뒤엎는 자리에서라야 비로소 살아 있는 사람이 된다. 이런 사람을 붙잡아다 안정된 자리에 정관(正官)의 굴레를 씌워 두면, 지치지 않을 도리가 없다.
어떤 사람은 편인격(偏印格)이다. 타고나기를 홀로 있기를 좋아하고, 냉정하고, 생각이 깊다. 시끌벅적한 세속 한복판에 앉혀 두는 것 자체가 그에게는 서서히 말라 가는 일이다. 남들이 잘 안 들여다보는 외진 분야를 홀로 파고들 때라야 빛이 난다.
사람은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할 때는 지치지 않는다.
그러니 당신이 피곤하다고 느끼는 이유는 간단하다. 왕쇠법으로 세상의 주류 기준을 흉내 내느라, 정작 자기 영혼의 바탕색인 격국을 배신하고 있는 것이다.
왕쇠식으로 사는 사람은 해야 한다의 세계에 산다.
더 외향적이어야 하고, 더 둥글둥글해야 하고, 더 독해야 하고, 남을 다 눌러야 한다. 늘 바깥을 향해 매달리는 긴장 상태다. 힘은 죄다 자기 본성과 싸우는 데 쓰인다.
격국식으로 사는 사람은 어울린다의 세계에 산다.
고요함이 어울리면 생각을 깊이 파고, 움직임이 어울리면 변화를 끌어안는다. 부드러움이 어울리면 부드러움으로 사람을 품고, 굳셈이 어울리면 굳셈으로 길을 연다.
기운이 모이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오래된 말이 있다. 왕쇠식 인생은 온몸에 땜질 자국을 붙인 채 사방으로 기운이 샌다. 격국식 인생은 그 기운을 한 구멍으로 모아 뿜어낸다.
생긴 대로 사는 것. 자기를 아는 것. 그게 귀한 일이다.
상관패인(傷官佩印)의 맑고 꼿꼿한 선비가, 굳이 팔방미인 장사꾼의 넉살을 억지로 배울 필요가 없다. 식신생재로 즐겁게 손을 놀리는 장인이, 살인상생(殺印相生)이 쥐여 주는, 사람을 살리고 죽이는 권세를 부러워할 이유도 없다.
상관견관(傷官見官)은 흔히 온갖 화를 부른다는 소리를 듣는 짜임이다. 그런데 여기에 재성이 들어와 그 기운을 끌어내 주면, 도리어 보기 드문 재주꾼이 된다.
명리서에 이런 말이 있다.
有病方為貴,無傷不是奇
사주에 병이 있어야 오히려 귀하고, 흠 하나 없는 사주는 특별할 것도 없다는 뜻이다. 단, 조건이 붙는다. 그 병을 다스릴 약이 사주 안에 함께 있어야 한다. 약 없는 병은 그냥 병이다. 약을 만난 병이라야 비로소 그릇이 된다.
그러니 잘만 다스리면, 당신의 병이 곧 당신의 약이 된다.
불안이 많은가. 그것은 칠살의 조급함이다. 잘 쓰면 무서운 실행력이 된다. 자꾸 감상에 젖는가. 그것은 인성의 깊이다. 안으로 정신세계를 쌓아 올리는 사람의 몫이다.
병의 뿌리를 서둘러 잘라 낼 일이 아니라, 그것과 함께 사는 법을 익힐 일이다. 그러다 보면 그 병이 세상에 하나뿐인 당신의 표식이 된다.
지금 견디기 힘들 만큼 괴롭다면, 어쩌면 그저 좋지 않은 대운(大運)을 지나는 중일 수도 있다.
왕쇠법은 한겨울에 벼를 심으라고 등을 떠민다. 그러고는 철이 안 맞아 한 톨도 못 거두면, 그걸 또 자기 탓이라며 스스로를 친다.
격국법은 다르게 말한다. 지금은 칼을 감추고, 기운을 모으고, 철을 고르는 시기다. 시운(時運)을 따라가며 다음 좋은 대운을 기다리면, 막혔던 길이 저절로 열린다.
모든 계절에 다 꽃을 피울 필요는 없다.
우리는 저마다 자기만의 몫을 안고 이 세상에 왔다.
주류의 눈에 빠진 데 없는 왕쇠 균형형 인생을 억지로 살아낼 필요는 없다. 그저 자기 원국(原局)이 생긴 그대로, 맑고 기이하고 정신이 살아 있는 모습으로 살면 된다.
오늘부터는 손에 쥔 그 땜질용 끌을 내려놓고, 조용히 자기 사주 한 장을 들여다보시길.
그런데 하나 미리 일러둘 게 있다. 이 끌을 내려놓는 일이 제일 어렵다. 사람은 자기 장점을 자랑하는 것보다, 자기 단점을 고치겠다고 달려드는 데 훨씬 익숙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