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행이 다 갖춰진 사주가 좋은 명(命)인가
어릴때, 어머니가 명리학을 배우러 다니셨는데
어느 순간 안 배우겠다고 하셨다.
이유는 본인 사주가 젤 좋아보여서, 왜?
본인만 오행이 다 있었나? 그런데, 나도 오행은 다 있지만, 지장간에 있고 그랬거든. 그런데 선생이란 작자(?)가 그따구로 가르쳐서 , 그러셨던 것. (집안 내력인지, 친척까지 다 일정 연세에 접어드신후, 독실한 기독교 신자[제사도 한동안 안지내신], 공학자든, 법쪽이든,,, 다 명리학을 공부하시는)
물론 아직도 오행구족 이야기하는 무식한 명리학자들도 꽤 보이긴 한다. 물론 오행구족 이야기했다고 다 무식하다는게 아니라, 진짜로 오행이 다있으면 좋다고 믿어버리는 분들은 무식하단 이야기다. ㅋㅋㅋ
그래서 약간 어려울수 있는데, 무료글로 푼다.
오행이 다 갖춰진 사주는 좋은 명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다섯 기운이 빠짐없이 다 있다는 것과 좋은 사주라는 것은 같은 말이 아니다. 글자가 다 모였다고 해서 길한 것도 아니고, 하나가 빠졌다고 해서 흉한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이 주제가 오래 회자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사주(四柱)는 태어난 해, 달, 날, 시를 각각 천간(天干)과 지지(地支) 한 글자씩으로 세운 것이다. 네 기둥에 여덟 글자가 서니 팔자(八字)라 부른다. 이 여덟 글자는 모두 오행(五行), 곧 목(木) 화(火) 토(土) 금(金) 수(水) 다섯 기운으로 환원된다.
사람마다 이 다섯 기운이 들어 있는 모양이 다르다. 어떤 사람은 사주 안에 한두 가지 기운만 잔뜩 몰려 있고, 어떤 사람은 서너 가지가 섞여 있다. 그리고 다섯 기운이 하나도 빠지지 않고 다 들어 있는 사람이 있다. 이렇게 다섯이 다 갖춰진 사주를 오행 구족(具足), 또는 오행 구전(俱全)이라 한다. 반대로 한두 기운이 빠진 사주를 두고 오행이 결(缺)했다고 말한다.
옛말에 돈으로도 오행이 다 갖춰진 사주는 못 산다는 말이 있다. 다섯 기운이 다 있으면 일생이 비교적 평탄하다는 뜻이다. 큰 부귀를 누리기는 어려워도 큰 풍파에 휩쓸리지도 않는다. 난세를 만나도 험한 고비나 큰 재난을 잘 비껴가고, 몸도 대체로 무탈하다. 그래서 옛사람들은 이런 짜임을 일생 평안한 좋은 명으로 여겼다.
여기까지만 들으면 오행 구족이 무슨 복권 당첨처럼 들린다. 그런데 명리(命理)를 조금 더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단순하지 않다.
가장 먼저 바로잡아야 할 것이 하나 있다. 오행이 다 있다는 것과 오행이 균형을 이뤘다는 것은 전혀 다른 말이다.
다섯 기운이 다 들어 있어도 그 힘의 크기는 제각각이다. 목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고 나머지 넷은 겨우 한 글자씩 끼어 있다면, 글자 수로는 오행이 다 갖춰진 사주지만 실제 기운은 한쪽으로 심하게 기운 사주다. 다섯이 다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그 사주가 고르다고 말할 수는 없다.
오행 구족의 진짜 가치는 균형 그 자체가 아니라 유통(流通)에 있다. 다섯 기운이 다 있으면 기운이 한 바퀴 돌 길이 열린다. 목은 화를 낳고, 화는 토를 낳고, 토는 금을 낳고, 금은 수를 낳고, 수는 다시 목을 낳는다. 이 다섯 고리가 다 채워져 있으면 기운이 어느 한 곳에 고이지 않고 흐른다. 막힘 없이 도는 사주는 삶에서도 한쪽으로 무너지는 일이 적다.
문제는, 이 고리 가운데 어느 하나가 지나치게 약할 때다. 다섯이 다 있긴 한데 그중 하나가 실낱같으면, 기운이 그 지점에서 끊긴다. 다 갖췄다는 말이 무색해진다. 그러니 오행이 다 있느냐 없느냐를 세기 전에, 그 기운들이 서로 이어져 도는지부터 봐야 한다.
여기서 명리의 오래된 한 구절을 짚고 가자.
有病方爲貴,無傷不是奇
사주에 병(病)이 있어야 도리어 귀하고, 흠 하나 없는 사주는 특별할 것도 없다는 뜻이다. 여기서 병이란 사주의 짜임을 흔드는 요소를 가리킨다. 그 병을 고치는 약, 곧 용신(用神)이 제대로 자리 잡았을 때 비로소 큰 그릇이 된다는 이야기다.
이 말은 오행 구족을 바라보는 시각을 뒤집는다. 다섯 기운이 골고루 다 있고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으면, 고칠 병도 없고 쓸 약도 없다. 평평하고 무난하다. 그런데 명리는 그 무난함을 최고로 치지 않는다. 손볼 데가 없는 사주는 크게 쓰일 일도 적기 때문이다.
병이 있어야 귀하다고 했지만, 그 병을 약으로 제거하고 나면 재물과 벼슬이 따라오면서 결국 중화(中和)로 돌아간다고 본다. 끝내 중화에 이르러야 지극히 귀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예외를 분명히 둔다. 일간(日干)이 약한데 재성과 관성이 왕성한 사주, 혹은 용신이 유독 강한 사주는 굳이 중화에 이르지 않고도 부귀를 누린다. 정리하면 이렇다. 명리가 겨누는 과녁은 오행을 다 채우는 데 있지 않다. 기운이 흐르느냐, 병을 다스릴 약이 있느냐, 그 둘이 핵심이다.
이론은 이쯤 하고, 오행이 다 갖춰지고 유통이 잘되는 (이 두가지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사람이 실제로 어떤 모양으로 사는지 보자.
이런 사람은 살아온 경험의 폭이 넓다. 다섯 기운이 다 있으니 어느 한쪽 세계만 겪는 것이 아니라 두루 부딪힌다. 겪은 것이 많으면 헤아리는 폭도 넓어진다. 사람의 사정을 잘 알고, 모나지 않게 처신한다. 좀처럼 남과 척지지 않고, 막상 일이 생기면 주변의 도움을 받는다. 성정이 온화한 편이라 곁에 두기 편한 사람이다.
이로움이 있으면 해로움도 있다. 두루 원만하다는 말은 뒤집으면 어느 하나에 깊이 파고들기 어렵다는 뜻이다. 관심사는 넓은데 한 우물을 끝까지 파는 끈기는 약하다. 결단을 내려야 할 자리에서 앞뒤를 재느라 머뭇거리고, 이것을 챙기다 저것을 놓치기도 한다. 그래서 한 분야에서 우뚝 솟는 성취는 좀처럼 나오지 않는다. 큰 풍파가 없다는 말은, 크게 솟구칠 일도 드물다는 말과 동전의 양면이다.
혼인이나 인연에서도 같은 짜임이 드러난다. 성정이 온화하니 상대의 관심과 보살핌을 받기 쉽고, 마음의 방어선이 낮아 쉽게 감동한다. 받은 만큼 돌려주려 한다. 격정적이고 화려한 사랑보다는 잔잔히 오래 가는 인연을 더 편하게 여긴다. 천천히 정이 들어 오래 함께 가는 쪽이다.
건강도 비슷한 그림이다. 기운이 두루 도니 한쪽이 무너져 큰 병으로 가는 일은 잘 없다. 다만 잔병치레까지 면하는 것은 아니다. 타고난 짜임이 무던하다고 방심하면 곤란하다. 먹는 것을 가리고 생활의 리듬을 지키는 일은 사주와 별개로 늘 따라야 한다.
일과 재물도 마찬가지다. 안정된 자리에서 꾸준히 벌며 큰 걱정 없이 사는 쪽에 가깝다. 평생 큰 부귀에 닿기는 어렵지만, 돈에 쪼들리는 일도 드물다. 작은 풍요에 만족하며 사는 모양이다.
그런데 여기서 가장 중요한 단서를 놓치면 안 된다. 글자 수가 길흉을 정하는 것이 아니다. (이게 가끔 난 뭐도 있고, 뭐도 있는데, 왜 가종격, 가전왕격, 양기성상격이 잡혀요? 이걸 물어보는 질문이 나오는데, 실제 보는것은 글자의 에너지다. 글자가 존재해도 존재하지 않는것 같은 경우도 많다.)
오행이 다 갖춰졌어도 그 짜임이 어그러져 있고 운이 거꾸로 흐르면, 다 갖춘 사주라도 곤궁하거나 병에 시달릴 수 있다. 반대로 오행이 한둘 빠졌어도 짜임이 알맞고 운이 받쳐주면, 빠진 채로도 순탄하게 간다.
그래서 결함이 있는 사주에서는 대운(大運)이 무엇을 메워주는가가 관건이 된다. 사주에 빠진 기운을 대운이 채워주면, 부족한 사람이 도리어 세상 물정을 더 깊이 익히고 단단해진다. 정작 두려운 짜임은 사주도 한쪽으로 비어 있는데 대운마저 그 빈자리를 끝내 메워주지 않는 경우다. 채워질 길이 보이지 않으면 그 결핍이 평생 따라다닌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보자. 같은 기운끼리의 힘과 다른 기운의 힘이 너무 크게 벌어진 사주가 있다. 일간을 돕는 무리와 일간을 누르거나 빼가는 무리의 차이가 극단으로 벌어지면, 사주가 지나치게 강하거나 지나치게 약한 쪽으로 쏠린다.
이런 사주는 일생의 굴곡이 크다. 기회와 시련이 한 몸으로 따라다닌다. 평탄과는 거리가 멀어 흔들림이 잦지만, 그 흔들림을 버텨내고 한 번 일을 이루면 그 성취의 크기도 남다르다. 평탄한 오행 구족과는 정반대의 갈래다. 둘 중 무엇이 더 낫다고 잘라 말할 수 없다. 평안을 얻는 대신 솟구침을 내려놓느냐, 솟구칠 자리를 얻는 대신 흔들림을 감수하느냐의 차이일 뿐이다.
결국 다섯 기운이 다 있느냐 없느냐는 사주를 읽는 출발점이지 답이 아니다. 다 있어도 어느 하나가 끊겨 있을 수 있고, 빠져 있어도 운이 채워줄 수 있다. 봐야 할 것은 그 기운이 어디로 흐르는지, 무엇이 병이고 무엇이 약인지다. 자기 사주에서 그 흐름과 약을 읽어낼 수 있다면, 다 갖췄든 비었든 그것은 더 이상 운명의 제비뽑기가 아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