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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주긴 다 해주는데 장부를 적는 남자, 재성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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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리즈도 마지막 남자까지 왔다. 지금까지 나온 네 명을 한 줄씩 복습하면 이렇다. 관살남은 관계를 관리한다. 식상남은 관계를 느낀다. 비겁남은 관계 속에서 자기를 지킨다. 인성남은 관계에 기댄다. 그리고 오늘의 주인공 재성남. 이 남자는 다섯 중에 유일하게 관계를 경영한다. 이 남자의 운영 체제 재성남의 머릿속에는 태어날 때부터 깔려 있는 프로그램이 하나 있다. 투입과 회수. 이렇게 말하면 다들 속물이라고 생각하는데, 그게 아니다. 이 남자는 일부러 계산하는 게 아니다. 뇌가 자동으로 평가를 돌리는 거다. 이 일은 할 만한 가치가 있나. 이 시간은 들일 만한가. 그 자동 평가의 대상에 연애도 들어갈 뿐이다. 그래서 재성남이 싸울 때 하는 대표 멘트가 있다. "내가 이만큼 했는데, 너는 도대체 뭘 더 바라는 거야?" 이 말, 다른 남자들은 못 한다. 식상남은 못 한다. 그날그날 느낌으로 사니까, 자기가 뭘 했는지 본인도 기억이 안 난다. 비겁남도 못 한다. 애초에 자기 위주라 해준 게 별로 없다. 인성남은 더 못 한다. 받기만 해서 청구할 내역이 없다. 재성남만 한다. 자기가 뭘 들였는지 전부 기억하고 있으니까. 해주는 것과 해줬다는 감각 여기가 재성남의 핵심이다. 이 남자의 특징은 베푸는 게 아니다. 베풀었다는 감각이다. 오해는 말자. 이 남자, 실제로 해준다. 그것도 적지 않게 해준다. 기념일 챙기고, 필요한 거 사주고, 어려울 때 현실적인 도움도 준다. 다섯 유형 중에 실제 지출 내역만 뽑으면 재성남이 일등일 수 있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이 남자는 해준 것 자체보다, 자기가 얼마나 해줬는지를 더 선명하게 기억한다. 밥을 사주면 밥이 남는 게 아니라 밥값이 남는다. 마음에 남는 게 아니라 장부에 남는다. 본인이 의식해서 적는 것도 아니다. 그냥 적힌다. 자동 회계 시스템이다. (연동 해제가 안 된다. 출고 사양이라.) 그래서 재성남에게는 특유의 상태가 주기적으로 찾아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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