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신으로 보는 일머리, 잘 나가는 이유와 발목 잡히는 이유
지난번에 연애편을 봤으니 이번엔 일 이야기다.
회사든 사업이든, 사람마다 잘 나가는 방식이 다르고 망하는 방식도 다르다. 사주의 십신(十神)을 보면 그 패턴이 드러난다.
본인이 어디서 치고 나가고 어디서 미끄러지는지, 열 가지를 전부 훑어본다.
칠살(七殺)
잘 나가는 이유. 일터에서 제일 먼저 눈에 띄는 부류다. 반응 빠르고, 추진력 세고, 압박에 강하다. 일을 주면 도화선에 불붙은 것처럼 튀어나간다. 이기러 왔다는 자세가 기본값이다.
발목 잡히는 이유. 너무 급하고 너무 세다. 사람을 들이받고, 혼자 결정하고, 나중에 보고한다. 빨리 올라가는 만큼 적도 빨리 쌓인다.
칠살의 일은 돌격전이다. 고지는 제일 먼저 밟는데, 뒤를 돌아보면 아군이 없다.
상관(傷官)
잘 나가는 이유. 남들이 머리 싸매는 문제를 삼 초 만에 푼다. 아이디어 좋고, 판단 빠르고, A안이 막히면 B안이 이미 준비되어 있다. 창업, 기획, 콘텐츠, 전략 쪽에서 빛난다.
발목 잡히는 이유. 싫증을 빨리 낸다. 한 번 기분 상하면 사표부터 생각한다. 그렇게 옮겨 다니다 보면 정작 큰 기회가 왔을 때 쌓아둔 게 없다.
상관의 일은 단거리 전력 질주다. 백 미터는 일등인데, 마라톤 코스에서 자꾸 경기장을 바꾼다.
식신(食神)
잘 나가는 이유. 폭발형이 아니라 누적형이다. 할수록 매끄러워지고, 할수록 믿음을 얻는다. 꼼꼼하고, 책임감 있고, 오래 버틴다. 운영, 서비스, 고객 관리, 장기 프로젝트에서 진가가 나온다.
발목 잡히는 이유. 너무 느긋하다. 노력은 하는데 그 노력이 너무 조용해서, 기회가 머리 위로 지나가도 손을 안 든다. 옆자리 동료가 그 기회를 받아서 승진한다.
식신의 일은 뭉근하게 끓이는 곰탕이다. 깊은 맛은 보장되는데, 손님이 오기 전에 끓는다는 보장이 없다.
정관(正官)
잘 나가는 이유. 규칙 안에서 제일 빨리 달리는 사람이다. 큰 조직, 공직, 체계 잡힌 회사, 관리직이 타고난 무대다. 믿음직하고, 평판 좋고, 윗자리에 올라가는 능력이 있다.
발목 잡히는 이유. 모험을 못 한다. 남들은 판을 뒤집으며 치고 나가는데, 이쪽은 결재 라인부터 확인한다. 규정에 없는 일은 일단 멈춘다.
정관의 일은 고속도로 정속 주행이다. 안전하게 멀리 가는데, 지름길이 보여도 절대 안 빠진다.
정재(正財)
잘 나가는 이유. 남들이 구상하는 동안 이쪽은 이미 끝내놓는다. 성실하고, 꾸준하고, 인내심이 있다. 차곡차곡 쌓아야 하는 일, 팀을 끌고 가는 일, 틀이 잡힌 사업에서 강하다.
발목 잡히는 이유. 시야가 좁아지기 쉽다. 하던 방식만 고집하다가 판이 바뀐 걸 늦게 안다. 그리고 너무 착실해서 호구 잡히기 좋다. 일은 이쪽이 다 했는데 공은 남이 가져간다.
정재의 일은 벽돌쌓기다. 집은 확실하게 올라가는데, 가끔 옆에서 누가 벽돌을 빼간다.
편재(偏財)
잘 나가는 이유. 열 개 중에 감이 제일 좋다. 기회 냄새를 맡는 코가 따로 달려 있다. 장사, 영업, 사람 장사, 돈이 도는 곳이라면 어디든 어울린다. 남들이 망설이는 사이에 이미 한탕 끝내고 나온다.
발목 잡히는 이유. 들어온 돈이 머물지를 않는다. 관리에 관심이 없고, 이것저것 벌이다가 흩어진다.
편재의 일은 그물 없는 만선이다. 고기는 제일 많이 잡는데, 배에 구멍이 나 있다.
겁재(劫財)
잘 나가는 이유. 판이 클수록 힘이 나는 부류다. 자원을 끌어모으고, 사람을 모으고, 겁 없이 지른다. 창업, 동업, 사람을 움직이는 일에서 한 방이 있다.
발목 잡히는 이유. 그 한 방이 문제다. 승부수를 너무 자주 던진다. 그리고 의리로 뭉친 동료에게 뒤통수를 맞는 단골 손님이기도 하다.
겁재의 일은 판돈 올리기다. 따면 크게 따는데, 옆자리 친구가 패를 보고 있다.
비견(比肩)
잘 나가는 이유. 누구도 이 사람을 끌고 다닐 수 없고, 누구도 이 사람을 주저앉힐 수 없다. 자기 속도, 자기 기준, 자기 체계로 일한다. 독립 프로젝트, 전문직, 혼자 완결되는 일에 강하다.
발목 잡히는 이유. 빌릴 줄을 모른다. 남의 돈, 남의 손, 남의 인맥을 안 쓴다. 혼자 다 하니까 망하지는 않는데, 혼자 다 하니까 커지지도 않는다.
비견의 일은 일인 식당이다. 맛집 소리는 듣는데, 평생 테이블 네 개다.
정인(正印)
잘 나가는 이유. 배우는 속도가 다르다. 이해가 깊고, 깨치는 게 빠르다. 연구, 교육, 자문, 전문 지식으로 먹고사는 길이 활짝 열려 있다.
발목 잡히는 이유. 준비가 끝나야 움직이려고 한다. 문제는 본인 기준에서 준비가 영원히 안 끝난다는 것이다. 공부는 십 년 차인데 실전은 아직 시작 전이다.
정인의 일은 만년 수험생이다. 합격할 실력은 진작에 됐는데, 원서를 안 낸다.
편인(偏印)
잘 나가는 이유. 남들과 다른 각도에서 본다. 독창적이고, 전략적이고, 어디서도 안 나온 답을 들고 온다. 기획, 연구, 창작 분야에서 한번 터지면 크게 터진다.
발목 잡히는 이유. 땅에서 발이 자주 뜬다. 구상은 우주적인데 실행은 시작을 안 한다. 게다가 기분 따라 일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잠수를 탄다.
편인의 일은 천재 발명가의 창고다. 세상을 바꿀 물건이 가득한데, 전부 미완성이다.
정리하자면
빨리 치고 나가는 사람은 적이 생기고, 착실하게 쌓는 사람은 기회를 놓치고, 머리 좋은 사람은 진득함이 없고, 진득한 사람은 시야가 좁다.
세상이 공평하다는 게 아니라, 다들 자기 방식대로 잘 나가고 자기 방식대로 미끄러진다는 이야기다.
본인 사주에서 강한 글자를 찾아보시라. 잘 나가는 이유는 본인이 이미 알고 있을 테니, 발목 잡히는 쪽을 읽어보면 된다. 어딘가 뜨끔하다면, 거기가 바로 다음에 미끄러질 자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