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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신론 4편. 정인(正印)과 편인(偏印), 나를 살리는 어머니의 두 얼굴
아주 기초적인 이야기 입니다.
인성(印星)은 일간(日干)을 생(生)하는 글자다. 나를 도와주는 글자, 나에게 기운을 불어넣는 글자다.
음양이 다르면 정인(正印), 음양이 같으면 편인(偏印)이다.
쉽게 비유하면 이렇다.
정인은 어머니의 따뜻한 밥상이다.
편인은 할머니의 잔소리 섞인 약사발이다.
둘 다 나를 살리는데, 살리는 방식이 다르다.
정인부터 보자.
정인은 길신(吉神)이다. 옛 책에서는 정인을 두고 부모가 자식을 낳고 기르는 것과 같다고 했다. 내 기운의 원천이다.
정인이 좋게 자리 잡은 사람은 어떤가.
머리가 좋다. 마음씨가 어질다. 큰 화(禍)를 면한다. 관직에 나가면 청렴하고, 이름을 바르게 지킨다. 명예가 따른다.
학문을 좋아한다. 책을 가까이 한다. 종교, 교육, 문화, 진리에 관련된 일에 끌린다. 머리 쓰는 일, 마음 쓰는 일에 어울린다.
정인의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재성(財星)은 실무를 챙기고, 인성(印星)은 의미를 챙긴다.
재성이 강한 사람은 이 일을 해서 얼마를 버는지 본다. 인성이 강한 사람은 이 일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본다.
그래서 정인이 강한 사람에게 돈벌이 이야기만 하면 통하지 않는다. 명분이 있어야 움직인다.
정인이 너무 많으면 어떻게 되는가.
이게 함정이다. 좋다는 글자도 지나치면 독이 된다.
정인이 과다하면 학업이 늦게 트인다. 머리가 깨우치는 게 늦다. 사람이 너무 순박해진다.
원래 인성은 식상(食傷)을 막는데, 인성이 너무 강하면 식상이 눌려서 자기 표현을 못한다. 머리 속에 든 것은 많은데 밖으로 못 꺼낸다.
비유하자면 이런 상태다. 평생 어머니가 다 챙겨주던 사람이 어른이 되어서도 혼자 라면 하나 못 끓이는 그런 상태.
정인 과다인 사람은 사업이 잘 안 맞는다.
옛 책에 이런 표현이 있다. 인성이 강하고 식상이 약하면 장사나 거래에 능하지 못하다고. 본인이 직접 돈을 굴리는 일, 투기적인 일은 피하는 게 낫다. 차라리 안정된 직장이 낫다.
정인이 너무 많으면 자식과의 인연도 약해진다는 말이 있다. 어머니가 너무 강한 집안의 자식이 자기 자식과 멀어진다는, 그런 뜻으로 풀이된다.
정인이 자리 잡은 위치별로 보면 이렇다.
연주(年柱)에 정인이 있고 좋게 쓰인다. 부귀한 집안에서 태어났다. 공부와 학업이 잘 풀린다.
월주(月柱) 정인. 마음씨가 곱다. 어질다. 머리가 좋고 건강하다. 평생 큰 병 없이 산다.
만약 사주에 편관이나 정관이 함께 있으면 복이 두텁다고 했다. 사주에 편재가 없어서 인성이 깨지지 않으면, 글로 이름을 얻는다고 했다.
다만 월지(月支) 정인이 일지(日支)와 충(衝)이 되면 어머니 쪽 집안이 쇠락한 경우가 많다.
일지 정인. 배우자가 어질고 선하다. 머리가 좋고 듬직하다.
시주(時柱) 정인이 좋게 쓰이면 자식이 똑똑하고 효도한다.
이제 편인으로 넘어간다.
편인은 같은 어머니인데 결이 다르다. 정인이 따뜻한 어머니라면, 편인은 까칠한 어머니다.
정인은 곁에서 챙겨주는 어머니, 편인은 일찍 곁을 떠난 어머니, 혹은 친어머니가 아닌 어머니 역할의 누군가.
육친(六親)으로는 이렇게 본다. 남자에게 편인은 할아버지, 여자에게 편인은 어머니. 그 외에는 친척 어른, 의외의 도움을 주는 사람.
편인의 재능은 정인과 다르다.
정인은 정해진 길로 가는 학문이다. 학교 공부, 교과서 공부.
편인은 계획성과 독창성이 강한 재능이다. 남이 안 가는 길로 가는 재능이다. 디자인, 기획, 발명, 특수 기술. 이런 쪽에 빛이 난다.
편인을 가진 사람은 학식이 한쪽으로 깊다. 폭은 좁아도 깊이가 있다. 머리 회전이 빨라서 배우는 게 남보다 효율이 높다. 같은 시간을 공부해도 결과물이 다르다.
직관이 발달했다. 감이 좋다. 그래서 조사, 수사, 정보 쪽 일에 잘 맞는다. 임기응변이 좋아서 위기 대처에 능하다.
편인의 단점은 무엇인가.
자기 평가가 높다. 자기 재능을 본인이 과대평가한다. 그래서 사람들과 잘 못 어울린다. 어딘가 모르게 겉돈다.
본인이 이 부분을 인정하고 다스리면, 편인의 독특한 재능이 빛을 본다. 다스리지 못하면 평생 외톨이로 산다.
편인이 사주에 너무 많으면, 늙어서 외로워진다는 표현이 있다. 일주(日柱)와 시주(時柱)에 편인이 몰려 있으면 특히 그렇다.
편인의 상징을 옛 책에서는 이렇게 정리한다.
하나, 정식 직업보다 특수한 영역으로 끌린다. 종교, 현학(玄學), 영적인 학문, 특수 기예. 이런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쉽다.
둘, 시비(是非)에 자주 휘말린다. 말로 해명해도 잘 풀리지 않는다.
셋, 본인이 원하지 않는 일을 떠맡게 되는 상황이 잦다. 거절하지 못하고 끌려간다.
넷, 자질구레한 일이 많아 처리하기 벅차다.
편인을 가진 사람의 직업 방향은 정인과 다르다.
의료, 예술, 연예, 자유업, 서비스업, 미용업. 이런 분야가 잘 맞는다.
옛 책에는 의사가 자주 언급된다. 편관(七殺)에 편인이 더해지면 좋은 의사가 된다는 표현이 있다. 칠살의 결단력과 편인의 직관이 만나는 자리다.
정인과 편인의 차이를 한 줄로 정리하면 이렇다.
정인은 안정의 어머니, 편인은 깊이의 어머니.
정인은 따뜻하고, 편인은 날카롭다.
정인은 학교 공부에 강하고, 편인은 한 분야 전문에 강하다.
정인은 사람들과 잘 어울리고, 편인은 외톨이가 되기 쉽다.
본인 사주에 정인이 강한지 편인이 강한지 보면, 어떤 방향으로 머리를 쓸 때 본인이 가장 빛나는지 답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