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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친(六親) 여섯 번째 이야기, 운에서 가족 자리가 움직이는 법
지금까지 다섯 편을 통해 사주 원국(原局)에서 가족 자리를 다 둘러봤다.
부모, 형제, 배우자, 자식.
여기서 끝났으면 명리학(命理學)은 단순한 학문이 됐을 것이다.
원국만 보고 평생을 단정하는 거라면, 굳이 천 년을 갈 이유가 없다.
명리학이 무거운 학문인 이유는 운(運)이 들어오면 그림이 다시 그려진다는 데 있다.
대운(大運)과 세운(歲運)이 사주에 들어오면, 가족 자리도 같이 흔들린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원국에 정재(正財)가 약한 남자 사주가 있다.
정재가 약하면 아내 자리가 약하다고 했다.
원국만 보면 결혼이 늦거나, 부부 사이에 굴곡이 있는 그림이다.
그런데 이 사주에 재성(財星)을 키워주는 운이 들어온다.
식상(食傷)이 운에서 들어와서 재성을 생(生)해주는 구조.
이러면 약했던 정재가 살아난다.
이 시기에 결혼하면 부부 자리가 안정된다.
원국에서 약했던 자리가 운에서 받쳐준 결과다.
반대 경우도 있다.
원국에 정재가 단정한 남자 사주.
원국만 보면 부부 자리가 평탄하다.
여기에 비겁(比劫)이 강한 운이 들어온다.
비겁이 재성을 친다고 했다. 군겁쟁재(群劫爭財) 구조가 운에서 만들어진다.
이 시기에 부부 자리가 흔들린다.
원국이 좋아도, 운이 무거우면 그 시기에 그림이 어두워진다.
이게 명리학에서 운을 보는 핵심이다.
원국이 평생 평균이라면, 운은 시기적 굴곡이다.
여기서 한 가지 분명히 짚어두자.
대운과 세운의 무게는 같지 않다.
많은 사람들이 대운이 더 무겁다고 생각한다.
10년이라는 긴 시간이니까, 그게 더 큰 흐름이라고 보는 것이다.
이건 절반만 맞다.
실제로 사주에 들어오는 한 해의 결과를 결정하는 건 세운이다.
대운은 10년의 무대를 깔아주는 배경이고, 그 무대 위에서 실제 사건이 터지는 건 세운이다.
같은 대운 안에서도 어떤 해는 평탄하고, 어떤 해는 굴곡이 깊다.
이 차이가 세운에서 갈린다.
세운이 들어와서 원국과 대운의 글자들과 합(合)하고 충(沖)할 때, 사건이 발생한다.
옛 책에서도 이걸 분명히 적어두었다.
대운은 군왕(君王), 세운은 신하라는 비유는 듣기 좋지만, 실제 작용에서는 세운이 그 해의 길흉을 직접 결정한다.
대운은 큰 방향을 잡고, 세운은 그 방향 안에서 구체적인 사건을 만든다.
예를 들어보자.
비겁 대운이 들어와서 군겁쟁재의 무대가 깔린 사주.
이 10년 동안 부부 자리가 평균적으로 흔들리는 시기다.
그런데 그 10년 안에서도 부부 자리에 큰 일이 터지는 해는 따로 있다.
세운에서 일지(日支)를 충하는 글자가 들어오는 해, 또는 재성을 직접 깨는 글자가 들어오는 해.
이 해에 실제 사건이 발생한다.
다른 해는 평범하게 지나간다.
같은 대운 안에서도 어떤 해는 위태롭고, 어떤 해는 무탈하다.
이게 세운의 힘이다.
부모 자리도 마찬가지다.
원국에 편재(偏財)가 약하고 비겁이 무거운 남자 사주.
비겁이 더 강해지는 대운에서 아버지 자리가 평균적으로 약해지는 시기가 깔린다.
그러나 실제로 아버지 자리에 큰 사건이 터지는 해는 세운에서 결정된다.
세운에서 편재를 직접 깨는 글자가 들어오거나, 편재가 들어 있는 지지를 충하는 글자가 들어오는 해.
이런 해에 사건이 발생한다.
같은 비겁 대운 10년 안에서도, 사건이 터지는 해와 그렇지 않은 해가 갈린다.
이걸 구분하는 게 세운을 보는 이유다.
어머니 자리도 같다.
원국에 탐재괴인(貪財壞印) 구조가 깔려 있는 사주.
재성 운에서 어머니 자리가 평균적으로 약해진다.
그러나 어머니 건강에 직접 영향이 가는 해, 어머니와 사이가 가장 멀어지는 해는 세운에서 인성(印星)을 직접 충하거나 깨는 글자가 들어오는 해다.
이 해가 실제 사건의 해다.
형제 자리는 비겁 대운에서 평균적으로 움직인다고 했다.
그 10년 안에서 동업이 시작되는 해, 형제 사이에 큰 다툼이 터지는 해는 세운에서 결정된다.
세운이 비겁을 더 키우거나, 재성을 직접 치는 해에 사건이 발생한다.
같은 비겁 대운에 동업을 시작해도, 어떤 해에 시작했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세운이 받쳐주는 해에 시작하면 한동안 무탈하게 가다가 운이 빠질 때 정리되고, 세운이 받쳐주지 않는 해에 시작하면 처음부터 어긋난다.
배우자 자리는 운의 영향을 가장 직접 받는 자리라고 했다.
남자 사주에서 정재가 약한 사주.
재성 대운에서 결혼의 가능성이 깔린다.
실제 결혼이 결정되는 해는 세운에서 갈린다.
재성이 일지에 들어오는 해, 또는 일지와 합하는 글자가 세운에서 들어오는 해.
이 해에 인연이 결정된다.
여자 사주의 경우도 같다.
관성 대운이 인연의 무대를 깔고, 세운에서 정관이 일지에 들어오거나 일지와 합하는 글자가 들어올 때 결혼이 결정된다.
다만 운에서 들어오는 글자가 무조건 좋은 게 아니다.
원국이 신약(身弱)한 사주에 재관(財官)이 너무 강하게 운에서 들어오면, 그 자리가 일간을 누른다.
남자 신약 사주에 강한 재성 운이 들어오면, 그 시기에 결혼하더라도 아내에게 휘둘리는 구조가 된다.
여자 신약 사주에 강한 관살(官殺)이 들어오면, 결혼이 단정하지 않거나 시집 자리에서 시달리는 경우가 생긴다.
상관 운도 다시 보자.
원국에 정관이 단정한 여자 사주에 상관 운이 들어오면 상관견관(傷官見官) 구조가 발동한다.
이때 대운이 깔아두는 무대 위에서, 실제 부부 자리에 그림자가 드리우는 해는 세운에서 결정된다.
세운에서 상관이 정관을 직접 치거나, 일지를 충하는 글자가 들어오는 해.
이 해에 부부 자리의 사건이 발생한다.
같은 상관 대운 안에서도 모든 해가 어두운 게 아니다.
세운이 상관을 제어하는 인성을 데려오는 해는 오히려 평탄하게 지나간다.
자식 자리도 같은 원리다.
남자 사주의 칠살(七殺) 운, 여자 사주의 식신(食神) 운이 자식 인연의 무대를 깐다.
실제 자식이 들어오는 해는 세운에서 결정된다.
자식별이 시지(時支)에 들어오거나, 시주와 합하는 글자가 세운에서 들어오는 해.
이 해에 자식 인연이 들어온다.
같은 자식별 대운 안에서도 어떤 해에 자식이 생기고 어떤 해는 그냥 지나간다.
세운이 그걸 결정한다.
여기서 정리해두자.
대운과 세운의 관계는 무대와 사건의 관계다.
대운은 10년 동안 어떤 무대가 깔리는지를 보여준다.
평탄한 무대인지, 거친 무대인지, 가족 자리가 흔들리는 무대인지, 사업이 풀리는 무대인지.
세운은 그 무대 위에서 실제로 어떤 사건이 일어나는지를 결정한다.
같은 무대 위에서도 어떤 해는 사건이 터지고, 어떤 해는 무탈하게 지나간다.
실제 길흉의 발현, 즉 한 해 안에서 일어나는 사건의 직접적인 작용은 세운이 더 크다.
대운은 배경을 깔고, 세운이 사건을 만든다.
명리학을 보는 사람이 가장 자주 틀리는 지점이 여기다.
대운이 좋다고 안심하고, 대운이 나쁘다고 절망하는 식으로 보는 것.
실제로는 대운이 좋아도 세운이 무거우면 그 해는 어둡고, 대운이 무거워도 세운이 받쳐주면 그 해는 풀린다.
10년 평균보다 한 해의 결이 더 직접적으로 사건을 만든다.
여기에 월운(月運)까지 더하면 그림은 더 정밀해진다.
대운이 무대, 세운이 한 해의 사건, 월운이 그 해 안에서 사건이 터지는 시점.
이 세 층위를 같이 봐야 운이 정확하게 그려진다.
원국 + 대운 + 세운 + 월운.
이 네 가지를 같이 봐야 가족 자리가 어느 시기에 어떻게 움직이는지 보인다.
여기까지 정리하면 가족 자리에 대한 명리학의 시각이 정리된다.
원국은 평생 평균이고, 대운은 10년의 무대이고, 세운은 한 해의 사건이다.
약한 자리가 운에서 받쳐주면 그 시기에 풀린다.
강한 자리가 운에서 흔들리면 그 시기에 어두워진다.
다만 실제 사건이 어느 해에 터지는지는 세운에서 갈린다.
육친 시리즈는 여기서 한 매듭이다.
여섯 편에 걸쳐 가족 자리의 지도를 그렸고, 운에서 자리가 어떻게 움직이는지까지 봤다.